그냥 끄적끄적

비가 계속 오는 날엔

JR.G 2023. 7. 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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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여름을 맞이하는 건 처음이라
이 놈의 습기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다지 더운 줄 몰랐는데
비가 계속 와서 집을 적시고 있었나 보다.

어딘가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자취를 처음 하는 나로선
제습기가 없었고
에어컨 청소를 하지 않았고
맞바람이 치는 넓은 창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곰팡이, 초대하지 않았는데 선물도 없이
왜 오셨나..
비와 함께 느닷없이 온 이 친구는
내가 감당하기엔 어려운 친구다.

장마는 계속될 텐데
더위를 타지 않아 에어컨 청소를 하지 않은 나는
에어컨을 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필 줄 알았으면
쾌적한 생활을 위해 기꺼이 5만 원을 지출했을 텐데
에어컨 청소의 성수기가 되어 2배가량 올라버려
청소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마 이 전 세입자는
육안에도 보이는 저 에어컨 속 곰팡이와
함께 살았던 거 같다.

나는 저 곰팡이 바람이 집에 퍼진다면
내 호흡기에도 곰팡이가 자랄 거 같은 공포심을 느낀다.

보일러를 켜서 습기를 말리라는 말에
보일러를 켰는데 너무 더워
찜질방에 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벽지 어느 부분은 붕 떴다.
이건 어찌해야 하나..

아 오늘같이 날이 좋은 날
보일러를 켜서 말려야 하는 걸까?

자취하고 처음 맞이하는 여름은
습하고 추적했다.

빗소리를 좋아했지만
방범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잠을 깨워 창문과 중문을 꼭 닫고 자야 했고
빗소리는 마냥 좋지 않았다.

집을 습기를 가득 먹었고
내 생활은 제한되었다.

제습기를 사기엔 너무 좁고
에어컨을 청소하기엔 비싼 이 망할 여름 장마는
지난날의 내 선택을 후회하게 만든다.

망할 습기는 엄마가 만들어준 환에 벌레도 만들었다.
많이 남았었는데 관리 제대로 안 하고
집을 며칠 비운 내 탓이겠지..

처음인 나는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다.
비야 적당히 와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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